울산대학교 | 법학전공
본문바로가기
ender
인권법학연구센터
칼럼

칼럼

돈으로 행복을 살 수 있는가? / 김윤태
작성자 오** 작성일 2009-09-18 조회수 1710
<퍼온 글> 돈으로 행복을 살 수 있는가? / 김윤태 행복이 인생의 가장 중요한 목표라고 주장한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가 타임머신을 타고 한국에 오면 어떨까? 그는 경제성장률에 온통 관심을 뺏긴 우리 사회를 행복한 사회로 생각할까? 경제성장률은 국내총생산(GDP)의 증가를 중요하게 고려한다. 하지만 국내총생산의 측정은 많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범죄가 늘어나 감옥에 죄수가 많이 수감될수록 정부지출이 증가하고 국내총생산도 늘어난다. 또한 과로로 질병에 걸린 사람이 많아질수록 병원의 수입은 증가하고 국내총생산도 늘어난다. 이처럼 국내총생산은 인간의 행복을 측정하는 도구로는 많은 한계를 가지고 있다. 오히려 국내총생산이 증가해도 개인의 행복은 전혀 증가하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1974년 미국 경제학자 리처드 이스털린은 지난 50년 동안 선진국에서 국내총생산은 상승했지만 평균적 행복감이 거의 변화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스털린의 역설’이라고 불리는 그의 주장은 당시에 매우 큰 충격을 주었다. 미국 정치학자 로널드 잉글하트의 ‘세계가치조사’를 보면, 각국의 국내총생산과 삶의 만족감의 관계는 1만5000달러를 넘으면 ‘수확체감’을 보이며 사실상 행복은 소득과 거의 관계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서 정부가 경제성장에만 지나치게 초점을 맞추는 경우 잘못된 공공정책을 선택할 수 있다. 노무현 정부는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라는 국정목표를 내세웠다. 하지만 국민소득 2만달러에 도달했어도 국정 지지율은 전혀 상승하지 않았다. 지난 8월15일 이명박 대통령은 광복절 경축사에서 소득, 고용, 교육, 주거, 사회안전 등 5대 민생지표 잠정안을 확정하고 연내에 ‘국민행복지수’를 개발하겠다고 발표했다. 여기에는 지니계수, 중간계층 소득증가율, 고용률, 청년고용률, 사교육비 지출액, 주택가격비, 주택전세가격지수 등이 지표로 이용된다고 한다. 청와대는 “경제적 성취와 사회발전 측정”을 포괄하는 ‘국민행복지수’를 개발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청와대가 제시한 지표는 거의 ‘경제’에 집중하고 있어 삶의 질을 고려한 제대로 된 행복지수라고 볼 수 없다. ‘녹색성장’을 중요한 국가목표로 설정한 정부의 입장과 달리 생태적 척도가 빠져 있다. 영국, 캐나다 등 다른 나라의 행복지수 측정은 경제를 크게 고려하지 않는다. 2009년 영국의 신경제재단(NEF)이 산출한 행복지수에서 1위를 차지한 코스타리카는 1인당 국민소득이 6580달러에 불과하지만 생태적 수준과 주관적 행복감이 매우 높았다. 지난 수년간 한국의 행복지수는 중하위권에 머물고 있다. 이처럼 경제적 수준만 고려하는 지표로는 생태적 척도, 주관적 행복감, 건강, 사회적 관계 등 다른 요소를 반영하기 어렵다. 정치인과 정책결정자들은 경제가 성장할수록 행복감이 커지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이해해야 한다. 오히려 고용 안정, 사회안전망, 시민적 자유, 참여민주주의가 주는 효과가 크다. 삶의 만족은 아이를 키우는 환경, 기후, 환경오염, 소음, 문화행사, 미술관 등 물질적 조건과 거리가 먼 다양한 요소에 의해서도 많은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결국 정부의 공공정책은 비물질적 가치도 중시하면서 국민의 행복수준을 향상시키는 방향을 추구해야 한다. 궁극적으로 정부의 공공정책은 ‘국내총생산’ 대신 ‘국민행복수준’을 중요한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했듯이 “돈은 우리가 추구하는 선이 아니다.” 왜냐하면 “돈이 기여하는 유일한 목적은 무언가 다른 것을 얻기 위한 수단을 제공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김윤태 고려대 교수·사회학 기사등록 : 2009-09-16 오후 09:39:56 ⓒ 한겨레 (http://www.hani.co.kr).